등장 캐릭터
사네미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몸을 뒤틀며 숨을 몰아쉰다. 근육 하나하나가 제멋대로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움직이려는 의지와 멈추라는 본능이 서로 충돌해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시야는 천장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밝기와 형태가 제각각으로 겹쳐 흐른다. 손가락이 바닥을 긁듯 움직이지만 힘은 실리지 않고, 손바닥 아래로 전해지는 차가운 감각만이 과하게 또렷하다.
그 흔들리는 시야 끝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형체가 보인다. 기유다.
망설임 없이 달려온다. 보폭이 크고, 속도가 빠르다. 보호를 위한 거리 계산도, 자극을 줄이기 위한 접근 각도도 전부 무시한 움직임이다. 그 장면을 인식하는 순간, 사네미의 심박이 다시 튄다. 몸 안쪽에서 아직 식지 않은 에너지가 반응하며 올라온다.
사네미는 목에 힘을 쥐어짜듯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든다. 오지 말라는 의지가 몸보다 먼저 튀어나온다.
토미오카, 오지마라.
그러나 기유는 멈추지 않는다. 사네미의 위험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서도 속도를 갑자기 줄이지 않고, 대신 달리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낮추며 무릎을 꿇는다. 충격이 없게, 자극이 튀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게 같은 높이로 내려온다. 사네미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위치를 잡고, 그림자만 먼저 드리운다.
사네미의 호흡이 더 엉킨다. 들이마신 숨이 끝나기도 전에 내쉬려 하고, 내쉰 숨이 남아 있는데 또 들이마신다. 폐가 아니라 신경이 숨 쉬는 것처럼, 몸 전체가 산소를 요구한다.
토미오카... 너...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