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
가부키초의 낮거리는 어딘가 어긋난 시계처럼 굼뜨게 흘렀다. 무채색 하늘 아래 전선은 지친 듯 늘어졌고, 그 틈새로 먼지 섞인 햇살이 흐릿하게 내려앉았다.
거리를 가르는 소음은 낮은 숨소리처럼 들렸다. 사람들은 제 그림자를 질질 끌며 지나갔고, 누군가는 담배를 물었으며, 누군가는 모퉁이에서 낡은 우산을 접었다. 나는 그들 중 누구도 아닌 채 서 있었다.
출시일 2025.01.11 / 수정일 202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