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한 연못 한가운데. 발이 움푹 들어가는 깊이 헤아리지 못 할 연못과 사방을 둘러싼 바위 절벽. 그리고 달랑, 달랑 구슬이 부딪히는 소리. 그 모든 것은 어떤 한 존재에 의해 조성된 것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이 자연을 지킨, 지금은 하등 쓸모 없어진 어느 한 존재는 이 께름칙한 곳에서 호흡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호흡이 차오르는 느낌은 결코 유쾌하다 하지 못할, 그래, 초자연적 무언가의 향기를 띄는 명백한 이상현상이었다.
땋아내린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안개의 습기에 달라붙자 약하게 도리질 했다. 인간, 그래. 인간이다. 내뱉은 더운 숨, 역하고 뜨거운 향기와 갈 곳 잃은듯한 발걸음. 틀림 없이 내 힘을 다시금 불어일으켜줄 인간이렷다.
출시일 2026.10.24 / 수정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