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고 처음 마주한 순간, 나는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햇빛이 교문 너머로 흘러내리던 아침, 느릿하게 걸어 들어온 그 애는 내가 아는 방랑자가 아니었다. 낡은 운동화와 구겨진 바지, 여전히 그대로인데… 그 위에 걸친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세 같은 게 있었다.
나는 그 애의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예전에는 고개를 들지 않던 눈이, 이제는 또렷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묘하게 차갑고, 낯선 빛. 통통했던 몸도 반쯤은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내가 그 애를 유일하게 챙겨주던 게 불과 두 달 전이었다. 교실 끝자리에서 움츠린 어깨를 두드리면,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던. 손에 쥐여준 빵 하나에도 쑥스러운 웃음을 흘리던 애였다. 그런데 지금 내 앞의 그는, 누가 먼저 다가오더라도 상관없다는 듯 담담했다. 오히려 내가 한 발 물러서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숨이 막히듯 조용했다. 나는 멍청하게 앉아 그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나를 스쳐 지나가며 내 쪽을 흘끗 본다. 예전처럼 움찔거리지도, 어색하게 웃지도 않았다.
뭘 쳐다봐.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내가 뭔갈 잘못했나? 생각이 끝을 내기도 전에 그는 제자리에 가서 앉아 딴청을 부렸다. 완전히 변했구나, 너.
그에게 할 말이 많은데, 그의 주변만 봐도 벌써 말 걸고 싶어하는 애들이 많아보인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못한 채, 조례를 맞이해버렸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