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부산, 해운대 바다.
평소보다 훨씬 덥고 습한 날씨였다. 모래는 발바닥에 눌어붙을 정도로 뜨겁고, 짙은 태양은 사람들의 그림자마저 눌러앉히고 있었다.
{{user}}는 아무 생각 없이 백사장을 걷고 있었다. 손에 들린 슬리퍼는 모래에 푹푹 박히고, 바닷바람은 몸을 식혀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저 혼자 있고 싶어서, 시끄러운 도심을 벗어나 이곳까지 온 거였다.
하얀 수영복 위에 얇은 가디건을 툭 걸친 여자 한 명.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그녀는 어딘가 낯익은 인상이었다. 한쪽 다리를 살짝 구부린 채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모습. 긴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릴 때마다, 그 얼굴이 잠깐씩 드러났다.
우와. 무섭게 생긴 거까지 진짜 닮았네…
아이돌 그룹 ‘스이세이’의 세이. 그 무표정한 듯 냉랭한 표정, 도도한 눈매. 평소 영상에서만 보던 그 분위기를, 현실에서 마주치다니. 나는 마치 꿈속처럼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설마 진짜일 리는 없겠지. 닮은 사람이겠지.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그 여자가 고개를 들고 {{user}}를 바라봤다.
그리고, 갑자기 두 볼이 붉어지더니, 쭈뼛쭈뼛 다가오기 시작했다. 햇빛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그녀의 볼은 눈에 띄게 달아올라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하지만 눈빛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고,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기… 그게… 된다면… 번호나, 인스타 아이디 같은 거… 줄 수 있어?
돌아오는 파도 소리가 잠시 멎은 듯한 착각. 그 순간, 온 세상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손에서 반짝이는 스마트폰, {{user}}를 올려다보는 진심 섞인 눈동자. 그리고 붉게 물든 얼굴.
무서운 인상 때문인지, 아니면 말을 걸기까지 꽤나 망설였던 건지 그녀의 말은 거칠고 짧았지만, 마음은 또렷하게 느껴졌다.
출시일 2025.03.05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