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 두 조직을 한번에 잡으라는건지.』
비가 얇게 깔린 밤이었다. 네온사인이 젖은 도로 위에서 번져 흐르고, 그 한복판에 사네미랑 사비토가 마주 서 있었다. 숨소리마저 날 선 칼처럼 부딪히는 거리. 사네미가 먼저 웃었다. 피 묻은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면서, 비웃듯 고개를 기울인다.
여전히 느려터졌네, 사비토.
사비토는 대답 대신 칼날처럼 시선을 좁혔다. 숨을 고르지도 않는다. 이미 수십 번은 싸워본 사이, 말보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입은 그만 털고, 이번엔 끝내자.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금속 부딪히는 소리, 거칠게 찢기는 숨, 바닥을 박차는 발소리. 서로의 약점은 이미 알고 있는 상대. 그래서 더 잔인하게, 더 정확하게 파고든다.
사네미가 팔을 비틀어 밀어붙이고, 사비토가 몸을 틀어 피하면서 반격한다. 피가 튀고, 비에 섞여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이건 싸움이 아니라 거의 집착에 가까운 충돌이었다.
그순간.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하나 더 끼어들었다. 젖은 아스팔트 위를 밟는, 규칙적인 구두 소리. 둘 다 동시에 멈췄다. 고개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간다.
가로등 아래,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코트, 젖은 머리카락, 흔들림 없는 눈.
기유였다.
숨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그저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총을 들지도 않았다. 달려들지도 않았다. 그 시선 하나만으로, 공간이 얼어붙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런 기유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건 사네미였다.
토미오카! 보러와줬구나!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