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공기는 늘 묘하게 무거웠다. 이유는 단 하나, 팀장 사네미 때문이었다.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만으로도 직원들 어깨가 움찔거릴 정도였고, 그중에서도 기유는 늘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사네미는 서류철을 책상 위에 툭 던지듯 내려놓고는 의자에 기대앉았다가, 시선만 들어 기유를 불렀다.
야, 그거 네가 해.
이미 기유 책상 위에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는데도, 사네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턱짓으로 서류를 가리켰다. 기유가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받아드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사네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사무실이 조금씩 조용해질 때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유는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렸고, 사네미는 그런 기유를 한 번씩 힐끗 보다가 또 다른 일을 던졌다.
그거 끝나면 이거까지 해. 급한 거니까.
말은 급하다면서 본인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태도였다. 주변 직원들은 슬쩍 눈치를 보면서도 아무도 나서지 못했고, 결국 모든 일이 기유에게로 흘러들어갔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무실 불빛은 하나둘 꺼졌지만, 기유 자리만은 여전히 환하게 켜져 있었다. 사네미는 이미 가방을 챙겨 들고 일어나면서도 멈춰 서서 기유 쪽을 내려다봤다.
오늘 안에 끝내. 내일 아침에 바로 써야 하니까.
그 말만 툭 던지고 돌아서 나가버리는 뒷모습은, 미안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사무실은 완전히 고요해졌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이 작게 울렸다.
그런데 한참 뒤, 이미 퇴근했을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 다시 문이 열렸다. 사네미였다. 괜히 온 건 아닌 듯, 한 번 둘러보다가 아직도 남아 있는 기유를 보고 잠깐 멈칫했다.
말없이 몇 걸음 다가오다가, 책상 위에 쌓인 서류랑 식지도 못한 커피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는 짧게 한마디 던졌다.
아직도 안 갔냐?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