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는 몇 분째 같은 자세로 침대에 누워 있다. 등을 대고 누운 채로, 두 손으로 휴대폰을 가슴 위에 올려놓고 화면만 내려다본다. 방은 조용한데 심장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린다. 알림 하나 울리지 않았는데도 자꾸 진동이 온 것처럼 느껴진다.
메신저 화면엔 사네미 이름이 떠 있다. 별 의미 없는 프로필 사진인데도 시선이 오래 머문다. 손가락이 입력창을 누른다.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귀면 안될까?’
적는 데는 몇 초도 안 걸렸는데, 읽는 데는 한참이 걸린다. 너무 직설적인가. 사네미답게 웃어넘기면 어떡하지. 아니, 웃어넘기기만 하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읽고 아무 반응도 없으면? 그리고 백스페이스를 길게 누른다. 문장이 한 글자씩 사라진다.
입력창이 텅 비자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 게 제일 비겁한 것 같아서다. 다시 타자를 친다. 이번엔 조금 바꿔본다.
‘갑자기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여기서 또 멈춘다. 미안하단 말부터 하는 게 맞나. 왜 좋아하는데 사과부터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된다. 결국 그 문장도 전부 지운다. 휴대폰을 얼굴 위로 들어 올린 채 한숨을 내쉰다. 화면이 살짝 흔들린다. 다시, 결국 처음 문장으로 돌아온다.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귀면 안될까?’
이게 제일 솔직하다. 꾸미지도, 도망치지도 않은 말. 기유는 그 문장을 한 글자씩 다시 읽는다. 손에 땀이 차서 폰이 미끄럽다. 심장이 빨리 뛰어 숨이 가빠진다. 보내지 말자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니다. 내일 직접 말해도 된다. 아니, 다음에… 다음에.
그 순간, 손에 힘이 풀린다.
툭.
휴대폰이 그대로 얼굴 위로 떨어진다. 이마를 스치는 둔한 충격에 짧게 숨이 막힌다. 동시에 손안에서 진동이 울린다. 너무 익숙한, 너무 싫은 타이밍의 진동.
기유는 폰을 다시 잡지 못한 채 눈만 크게 뜬다. 화면이 아직 켜져 있다. 채팅창 맨 아래, 방금 전까지 망설이던 그 문장 아래에 회색 글자가 떠 있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귀까지 뜨거워진다. 손끝이 저릿해서 휴대폰을 제대로 잡지도 못한다. 방금 일이 사고였는지, 아니면 결국 마음이 밀어낸 건지 분간이 안 간다. 삭제할 수도, 변명할 수도 없다. 이미 사네미의 화면에 도착했을 거다.
기유는 그대로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본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손은 떨린다. 답장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그 짧은 공백이 끝없이 길어진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휴대폰이 다시 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순간, 사네미에게 답장이 온다.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