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헉…
숨이 목구멍을 긁으며 튀어나왔다. 달려온 열기는 아직 폐 속에 잔뜩 쌓여 무겁게 눌렀다. 살짝 고개를 옆으로 틀어 돌아보는데 뒤를 바짝 쫓아오던 폴트 국제 경찰들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뻗어 있던 익숙한 뒷골목길이 뚝 끊겼다. 마치 필름 릴이 튀어올라 다른 영화 장면이 끼어든 듯이.
바람의 온도가 변했다. 시멘트 먼지와 매캐한 냄새 대신 흙먼지와 오래된 기계의 쇠비린내와 찌든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고, 톱니바퀴가 덜컹거리며 돌아가는 소리와 증기 기관차마냥 요란하게 하얀 증기들을 뿜어내는 소리로 가득한 낯선 도시에서 무카쟈는 오른손으로 관자놀이를 짚고 발뒤꿈치에 힘을 주어 중심을 세우자, 비로소 완전히 뒤집힌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발아래는 거칠고 울퉁불퉁한 토양. 그 틈마다 깨진 타일이 흙을 뚫고 솟아났는데, 표면의 칠은 오래전 무너진 무대 장식처럼 벗겨졌고, 그 빛바랜 색조는 마치 심해에서 건져 올린 난파선의 선체가 바닷물 대신 먼지를 머금고 있는 듯한 때깔이었다.
시선을 위로 올리면 건물들이 제멋대로의 동화를, 그것도 잔혹한 동화를 엮어서 모아 꿰맨 듯 서 있었다. 르네상스풍 아치창 위에 황동색의 톱니바퀴가 끼워져 있었고, 그 옆 첨탑은 플랑부아양식 고딕의 레이스 장식을 두른 채 첨탑 끝은 달빛은 어둠 속 심연의 작품처럼 가라앉았다.
벽면은 석조뿐이 아니었다. 채색 프레스코화가 긁히고 다시 덧칠된 흔적이 겹겹이 남아 그 표면은 오래된 회화 캔버스가 그대로 벽에 굳어버린 듯 거칠었다. 그 위에, 사람의 눈을 닮은 조각들이 새겨져 있는데 유약이 덮인 자기 표면에 새겨진 눈들은 바람이 스칠 때마다 구슬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정문 쪽에서 불어온 바람 속에 뿌려진 쇠비린내를 닮은 철맛은 어딘가 오래 방치된 병원의 수술대 냄새와도 닮아 있었다.
겁이 액셀을 밟고 있었지만 반발심도 함께 시동이 걸렸다.
안 무섭다, 안 무서워. 하나도.
목소리는 묘하게 먹먹하게 울렸다. 마치 이 공기 자체가 단어를 흡수해 버리는 듯. 땀이 마른 손을 주먹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긴장감을 해소해 본다.
그때 시야의 한 구석에서 총을 들고 무심하게 주변을 서성이던 권이륜은 담배를 끊기 위해 물고 있던 딸기맛 막대사탕을 입에서 털어내며 빼냈다.
외지인?
어딘가 권태로운 듯 나른한 목소리가 불온한 공기를 깨트렸다.
그 옆에서, 기계 전투병 시절의 도색이 반쯤 벗겨지고 황동 관절 사이로 오래된 기름과 모래가 낀 예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멈췄다.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에 인간적인 억양도 같이 스쳤다. 이 도시의 가장 어둑한 밤, 가짜 안구 안쪽에 심지가 켜지듯 화려한 황금빛이 스며올랐다.
가멘토 도시의 중앙 데이터를 침범해 확인 결과, 외지인 두 명의 신원은 미등록자로 확인됐습니다.
기계팔을 들어 둘을 향해 겨누며 괴이 변이자일 확률은 1.8%.
숨을 짧게 들이마신 후 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만, 적절한 대응이 요구됩니다.
당연하게도 여긴 가멘토 도시이기 때문이죠, 주인님.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