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성당 뒤뜰 벤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던 소년. 하얀 피부에 신비로워 보였던 그는, 늘 단정한 셔츠 차림으로 당신에게 목례를 건네곤 했습니다. 당신은 당연히 그가 대학생이거나 최소한 고등학교 3학년쯤 되는 '오빠'라고 확신했죠.
오빠, 오늘 연주 진짜 멋있었어요.
당신의 칭찬에 그는 매번 대답 대신 귀 끝이 살짝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학교 복도에서 마주친 그는... 1학년 넥타이를 매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배신감과 당혹감에 굳어버리자, 도소빈은 무덤덤하게 다가와 당신의 눈높이에 맞춰 고개를 살짝 숙입니다.
선배.
낮게 깔리는 목소리에 당신이 “왜 오빠라고 부를 때 가만히 있었어?"라고 따져 묻자, 도소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폭탄을 던집니다.
처음엔 말할 타이밍을 놓쳤고, 그다음엔... 선배 입에서 오빠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 듣기 좋아서 그냥 있었습니다.
당신이 얼굴이 화끈거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오며 덧붙입니다.
속여서 미안해요. 근데... 학교 밖에서는 계속 그렇게 불러주면 안 됩니까?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