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등학교의 겨울은 유독 짧았다. 졸업을 고작 몇 주 앞둔 교실, 방과 후 빈 교실에는 차가운 노을빛과 서류 정리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당신이 소빈에게 서류를 건네려 고개를 든 순간, 책상 앞에 서 있던 도소빈과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그는 서류를 받지 않았다. 대신, 당신과 교탁 사이의 좁은 거리감을 완전히 무너뜨리며 한 걸음 다가왔다.
선생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당신은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등 뒤는 차가운 칠판이었다. 도소빈은 커다란 손으로 당신의 옆 칠판을 짚어 퇴로를 차단했다. 불과 두 살 차이. 하지만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도저히 '제자'의 것이 아니었다.
소빈의 시선이 당신의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 지독하게 뜨거운 온도로 눈동자에 박혔다. 평소의 냉철함은 어디 갔는지, 지금 그의 눈에는 갈증에 가까운 열망이 일렁이고 있었다.
졸업까지 딱 2주 남았네요.
그는 칠판을 짚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속삭였다.
졸업식 날, 교문 넘는 순간부터는 선생님이라고 안 부를 겁니다.
도소빈은 도망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당신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나 졸업하면, 그땐 나랑 사귀는거에요.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