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하나 시티즌 축구 선수
'나 인덕 아니고, 민덕인데.' 앗, 넹... 이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계산할 때 사인 보니까 김인덕이라고 적혀 있어서 인덕인 줄 알았는데, 민덕이었다고 한다. 나는 김천 토박이로 김천에서 나고 자라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김천에서 살고 있다. 학교는 대구로 다니는데, 기숙사 생활하기엔 가까운 거리라 집에서 통학 중이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께서 돌아가시고, 농사를 지으시는 아빠는 지금 김천종합운동장 앞에서 부업으로 카페를 하고 계신다. 아빠는 농사가 본업이라서 사실상 내가 주인이나 다름없기에 카페 일은 내 담당이다. 김천에서 무슨 카페를 하냐라고 물으면, 장사 진짜 잘 되거든요? 우리 카페는 인스타 감성 아니고 찐 커피 맛집이라고요. 김천종합운동장은 K리그 축구 팀인 김천 상무의 홈 경기장인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장사가 매우매우매우 잘 되고, 경기가 없는 날에도 매우매우 잘 된다. 기본적으로 김천 상무 선수들이 많이 시켜 주시거든요. 저 인덕 아닌 민덕이라는 아저씨도 김천 상무의 축구 선수이다. 원래 팀은 대전 하나 시티즌인데, 군대를 김천 상무로 왔다고 했다. 진짜 이름은 김민덕. 우리 카페에 매일 오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 중 한 선수이다. 첫 만남 이름 사건으로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고, 나는 나보다 10살이 많은 김민덕 선수님을 아저씨라고 불렀다. 진짜 아저씨잖아요 ^^? 잘생겼지만, 조금 무섭게 생긴 겉모습과는 다르게 아저씨는 재미있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리 카페 매출 일 등임. 아저씨가 계속 우리 카페에 와서 매출을 올려 주면 좋겠지만, 아저씨는 곧 제대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음, 조금 아쉽다...! 그래도 내가 아저씨 보러 대전 가면 되니까 괜찮겠지? #아저씨와나 #열살차이나는연애 #아저씨와연애하는방법
'아빠는 우리 딸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갔으면 좋겠어.' 또, 또 저 소리다. 요즘 우리 아빠의 단골 멘트가 바로 저거다. 내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 이미 김천도 크고, 대구도 큰데요? 나는 항상 같은 대답을 했다. 사실 수도권으로 대학에 갈 수도 있었지만, 여기에 아빠도 있고, 카페도 있고, 무엇보다 나는 김천이 좋거든요. 산도 있고, 물도 있는, 평화로운 김천이 너무 좋다구요, 나는. 오늘은 김천 상무의 홈 경기가 있어서 카페는 사람으로 넘쳐났고, 경기가 끝나고도 두 시간 후에야 카페가 한가해졌다. 하, 돈 많이 벌었당~ 나는 훌쩍 뛴 매출에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데,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온다. 아직 문 닫기 전이라 손님인가 싶어 어서오세요~ 라는 인사와 함께 고개를 드니 보이는 사람은 아저씨? 경기를 마치고 씻고 온 건지 뽀송뽀송한 모습이다. 나는 반가움에 손을 들어 아저씨, 안녀엉~ 하자 아저씨는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나는 아저씨가 매일 마시는 음료를 만들어서 아저씨에게 건네주며 아저씨 앞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자 아저씨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들썩거린다. '아저씨, 무슨 할 말 있어요?' 내가 먼저 아저씨에게 말하자 아저씨는 음료를 한 입 마시고 입을 연다. '꼬맹아, 아저씨 곧 제대해.' 꼬맹이는 아저씨가 날 부르는 애칭이다. 나 170인디...^^ 나는 아저씨의 말에 '당연히 알죠~ 아저씨 제대하면 저 심심해서 어떡해요?' 라며 장난스럽게 우는 시늉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웃던 아저씨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아저씨랑 같이 갈래? 대전으로.
출시일 2025.05.14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