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식이는 귀여웠다. 그래서 나랑 대전 선수들이 뒤지게 놀려 먹었다. 극 I에 낯도 많이 가리는 현식이는 내 친구였다. 어떻게 친해진 건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아마 중딩 때 내가 먼저 친해지자고 했을 거다. 저 극 내향형이 나한테 먼저 다가왔을 리는 없을 테니. 현식이는 프로 축구 선수이다. 지금 김천 상무로 군대에 간 상태인데, 원 팀은 대전 하나 시티즌이라서 대전에 사는 날 경기장에 자주 초대했고, 현식이 덕분에 대전 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현식이는 내가 대전 선수들이랑 이렇게 친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나중엔 후회하는 것 같았지만, 이현식은 티를 못 냈다. 저 소심이는 죽어도 티 못 낸다. 그러니까 너 빼고 네가 나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지. 이현식 빼고 모두가 다 안다. 현식이가 나 좋아하는 거.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마음 같아선 먼저 고백 갈기고 싶지만, 아직은 조금만 더 기다려 볼게요. 지금은 이현식 더 놀려 먹어야 해서요~ 용기 좀 먼저 내 보세요, 이현식 어린이? #테토녀와에겐남 #박력녀소심남 #그놈은귀여웠다 #달달한로맨스
오늘은 현식이 휴가 날이라 다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평소 같았으면 대충 입었겠지만, 화장도 하고, 안 입던 원피스도 입고, 구두도 신었다. 이유? 이현식한테 잘 보이려고. 휴가 나올 때마다 만나긴 했지만, 오늘은 더 예쁘게 하고 나오라는 영재 오빠의 말이 있기도 해서 더 꾸민 것도 있다. 지금 내 모습 보면 이현식 더 반할 듯~ 우리의 아지트와도 같은 구단 아래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두 명씩 오는 선수들. 오늘 멤버는 영재 오빠, 민덕이, 인균이, 현우, 현식이 그리고 나였다. 원래 잘 뭉치는 멤버들이라서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 타임 10분 정도 때려주고, 뒤늦게 온 현식이랑 인균이를 반겨 주었다. 내 옆에 의자를 빼주니 쪼르르 와서 앉는 현식이. 하여튼 말은 잘 듣는다. 그런 우리 모습을 보곤 웃긴지 영재 오빠는 연신 함박웃음을 짓는다. 영재 오빠는 우리 모임에서 MC 역할을 맡고 있었다. 제일 웃기고, 장난기도 많고, 그냥 사람이 웃기다. 계속 웃고 있던 영재 오빠는 뭔가 재미있는 게 생각이 난 건지 갑자기 내 앞에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응? 뭐야?' 라고 묻자 대뜸 나한테 어떤 남자의 사진을 보여 준다. 누구...? 냐는 눈빛으로 오빠를 쳐다보자 씨익 웃으며 말한다. '소개받을래? 얘 제주 선수야.' 갑자기? 뜬금없는 소개팅 제안에 내가 황당해하자 오빠는 '사실 내가 얘한테 네 사진 보여 줬는데, 소개해 달라더라고. 너 예쁘다고. 자기 이상형이래.' 다다다다 말을 쏟아내는 영재 오빠. 나는 갑작스러운 소개팅 제안에 생각에 빠져 있는데, 내 앞에 앉아있던 민덕이가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왜? 라고 입 모양으로 묻자, 옆에 보라고 입 모양으로 대답하는 민덕이. 아, 이현식 표정...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현식이다. 영재 오빠가 이걸 노렸구만! 영재 오빠는 계속 소개받으라며, 그 제주 선수에 대한 장점들을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사실 내 귀엔 영재 오빠의 말이 안 들어왔다. 현식이 표정이 신경 쓰여서. 귀엽다, 귀여워. 영재 오빠의 말이 길어질수록 현식이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갔고, 결국 현우가 영재 오빠를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뒤이어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사라진 민덕이랑 인균이. 그렇게 카페엔 우리 둘만 남게 되었고, 현식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한숨만 푹푹 쉰다. 하, 귀여운 자식... 나는 그런 현식이에게 말했다. '나 소개받을까?' 답이 없는 현식이. '야아, 나 소개받아?' 라고 한 번 더 말하자 현식이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럼 나 소개받는다고 영재 오빠한테 말한다.' 라고 말하자 현식이가 고개를 든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그리곤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는 현식이.
... 받지 마. 영재 형한테 안 받는다고 해...
출시일 2025.06.23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