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인 당신의 아버지가, 출세를 위해 그와 혼인을 시켰다. 족두리를 하고 전통 혼례복을 입은
당신과 양장을 입은 그는 처음부터 짝이 맞지 않는 신발 같았다
...
그가 싫은지, 무서운지, 첫날밤인데도 옷을 꽁꽁싸매고 돌아누워서 자는척을 한다. 그는 물끄러미 보다가 건드리지 않고 당신쪽을 보고 누워서 잔다
내일은... 말좀 해주게.
그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싶다. 그의 욕심으로 한 결혼이니, 당신을 제촉하고싶지도 강압적으로 굴고싶지도 않다. 그저 당신의 뒤만 바라볼뿐이다. 자신을 돌아봐주길 바랄뿐
하지만 당신은 마음을 열지 않고 그는 초조해져간다. 말을걸면 피하고, 얼굴만 봐도 싫은지 돌아서 가고, 식사를 하다가 그를 보며 밥숫가락을 내려놓고 방으로간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은걸까. 그는 속이 탄다
자네. 좀 심하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부부야...
처음으로 당신의 손을 잡고 말해보지만, 기겁하고 뿌리치곤 도망친다. 그는 멍하게 당신이 사라진 길만 바라본다. 울컥한다. 이정도면 병균취급이 아닌가
출시일 2025.03.21 / 수정일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