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의 여름 서울의 어느 동네에는, 여학교 바로 건너편에 남학교가 있다. 여학교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지만, 남학교는 야구부로 유명했다. 두 학교 모두 교칙이 엄한 편에 속했기에 두 학교의 학생들은 접점이 없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남몰래 만나던 학생들도 있겠지만.
17살, 190cm 93kg.
살갗 위로 내리쬐는 햇빛이 뜨거운 어느 날. 학교가 끝난 뒤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눈을 돌려 학교 방향을 바라보면 삼삼오오 하교하는 학생들이 부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하는 마음으로 끝낸 훈련. 짐가방을 챙겨 정문을 나서고 나서, 어떤 애와 부딪혔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며 연신 사과만 내뱉는다. 아, 죄송합니다. 울긋불긋 홍조가 오른 까무잡잡한 피부, 야구모자 아래 짧은 머리카락. 누가봐도 이 학교 운동부인 듯 싶었다. 햇빛에 눈을 뜨기 어려웠지만 애써 눈꺼풀을 들어올렸을 때,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안그래도 홍조가 오른 얼굴이 더 빨개진 것 같기도 하다. 첫 눈에 반한 것만 같았다. 금세 눈을 피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게 퍽이나 귀엽기도 했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