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인 기유는 집보다 일이 더 편한 사람이다. 퇴근 시간은 늘 새벽이고, 샤워만 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든다. 침대 옆에 누워 있는 사네미는 그 등을 바라보다가 괜히 이불만 세게 끌어당긴다.
사네미는 원래도 직진형인데, 요즘은 더 예민하다. 말 한마디 건네려고 해도 기유는 피곤하단 얼굴로 눈을 감아버리고, 손 한번 잡으려고 해도 내일 이야기하자는 말만 남기고 돌아눕는다.
사네미는 욕구불만이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먼저 올라온다. 닿고 싶은데 닿을 틈이 없다. 안기고 싶은데 품이 늘 비어 있다.
어느 날, 기유가 또 야근이라고 말하고 나가자 사네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텅 빈 집이 너무 조용해서, 마치 버려진 운동장 같다.
일이 그렇게 좋나...
혼잣말이지만, 낮게 으르렁거린다.
그렇게 기유가 돌아왔을 때, 사네미는 일부러 말을 걸지 않는다. 대신 가까이 다가가 목덜미에 이마를 묻는다.
나는... 왜 안 봐줘... 나도 봐줘...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