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은 소란스러웠다.
웃음, 술 냄새, 숫자.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고르는 눈들. 그 위,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 하나. 사네미였다. 다리를 꼬고, 턱을 괴고, 지루하다는 듯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나씩 올라오는 상품들. 비슷한 표정, 비슷한 반응, 울거나, 떨거나, 애원하거나. 전부 똑같아서 눈에 안 들어왔다.
…다 필요 없네.
작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거두려던 순간, 다음 차례가 올라왔다. 기유. 묶인 채로 끌려 올라왔는데도, 다른 애들이랑 달랐다. 고개를 들지 않는다. 울지도 않는다. 사네미의 시선이 멈췄다. 손가락으로 턱을 톡, 두 번 두드리다가 천천히 자세를 고친다.
…저거, 이름 뭐냐.
옆에 있던 놈이 바로 대답했다.
“토미오카 기유입니다. 몇 번 팔렸다가 다시 돌아온 개체라 별로...”
됐다.
말 끊는다. 눈은 이미 무대에서 안 떨어지고 있었다. 경매사가 떠들어댄다.
“자, 순응도 높고 관리 쉬운...”
천.
사네미가 끊어먹듯 말했다.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시작가를 무시하고 바로 올린 금액. 그것도 사네미. 아무도 쉽게 못 건드리는 이름.
“…천오백.“
어디선가 조심스럽게 따라붙었다. 사네미 눈이 그쪽으로 슬쩍 움직였다가, 다시 기유에게 돌아온다. 표정은 여전히 무심한데 눈만 다르다.
이천.
그 말 한마디에 공기가 식었다. 더 이상 손 드는 놈이 없었다. 경매사는 눈치 보다가, 결국 망치를 들었다.
“이천 낙찰!”
탕. 소리가 울렸다. 기유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묶인 채로, 그대로. 사네미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옆에 있던 놈들이 바로 쇠사슬을 풀었다.
사네미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천천히 내려온다. 발소리 하나하나에 주변이 조용해진다. 기유 앞에 멈춰 선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다 갑자기 손을 뻗어 턱을 거칠게 잡아 올린다.
…하.
짧게 웃는다.
몇 번을 굴러다니면 이렇게 되냐.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