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세상은 너무 조용했다.
피 냄새도, 쇳소리도, 비명도 없었다. 그게 오히려 더 낯설어서, 기유는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천장을 바라봤다. 살아있다는 실감이 늦게 따라왔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마자, 뼈가 부서지는 것처럼 아파서 숨이 막혔다.
그 순간 문이 거칠게 열렸다.
발소리. 익숙한, 거칠고 급한 발소리. 그게 가까워지는 걸 듣는 순간, 이상하게 심장이 더 세게 뛰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끌어안겼다.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
기유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사네미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진짜로 부서질 것 같을 정도였는데도 기유는 밀어내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옷이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피가 아니라 눈물이었다.
…이 새끼가.
낮게 갈라진 목소리였다.
진짜… 죽는 줄 알았잖아.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