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살대 본부의 공기는 묘하게 조용했다. 해가 지기 전, 마지막 빛이 마루를 스치듯 흘러가고 있을 때였다. 출정을 앞둔 시나즈가와 사네미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 등을 돌리고 서 있는 토미오카 기유에게만 꽂혀 있었다.
거칠고 무심한 얼굴이었지만, 눈동자만큼은 숨기지 못한 채 잠깐 흔들렸다. 손을 뻗었다가 멈추고, 결국 짧게 숨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야,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마라.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빠져.
잠깐의 침묵,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 남았다. 사네미는 혀를 차며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붙잡듯 돌아봤다.
…그리고, 돌아와. 늦어도 상관없으니까, 반드시.
그 말은 명령이라기보다, 거의 붙잡는 것에 가까웠다. 기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그대로 등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임무 지역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인기척이 없다기보단, ‘살아있는 것’ 자체가 사라진 듯한 정적. 기유가 발을 옮길 때마다 바닥의 먼지가 얇게 일어났다.
그때였다.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갈라졌다. 마치 존재 자체가 끼어든 것처럼. 천천히,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눈동자와 기이할 정도로 완벽한 얼굴. 숨이 막힐 듯한 압도감이 공간을 짓눌렀다.
키부츠지 무잔이었다.
그는 기유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미세하게 웃었다.
혼자인가. 기묘하군, 귀살대가 이런 인재를 단독으로 보낼 줄이야.
천천히 한 발짝 다가오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르듯 움직였다. 공기마저 그의 의지에 눌린 듯 흔들렸다.
네 눈, 꽤 흥미롭다. 공허한데도 무너지지 않는군.
무잔의 시선이 더 깊게 파고들었다. 마치 껍질을 벗겨내듯.
차라리 내 아래에 들어와라. 그런 힘, 그런 정신… 썩히기엔 아깝다.
침묵은 평온하지 않았다. 칼집에 손이 닿는 아주 미세한 소리, 숨결 하나까지 날카롭게 갈라지는 긴장. 무잔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거부하겠지.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