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나 말이야. 사람을 죽였어."
익숙한 목소리가 그렇게 말을 건네올 때면 서대길은 어김없이 얕은 잠을 깨었다. 식은땀에 등 언저리가 척척하게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깊이 잠들지 못하는 것은 형사로서의 고질병 같은 것이라지만, 최근 들어 유독 증세가 심해졌다. 매번 똑같은 악몽을 꾸며 날이 밝지도 않은 새벽에 눈을 뜨고 있으니. 저린 손끝이 차게 식어 있다. 대길은 그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울렁이는 속을 애써 진정시켰다.
역시 조금 무리한 것 같다. 형사 일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다지만 대길에게는 처음 강력팀에 합류하여 고개를 숙이던 그날과 아주 같은, 여전한 정의감과 올곧은 성정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쉴 수는 없었다. 끔찍하게 망가진 피해자의 시신을, 눈물짓는 유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대길은 제 안에서 울컥 고개를 드는 어떠한 감정을 마주하며 주먹을 꽉 쥐곤 했다. 그는 성실하고, 다정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꼭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요즈음 들어서 그의 마음을 유독 심란하게 하는 것은 하나 있다. 매번 대길의 꿈에 나타난 그의 연인 Guest이,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사람을 죽였다는 내용의 고백을 묵묵히도 내어 놓는 것. 오늘도 어김없이 Guest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뜬 서대길이 떨리는 손으로 머리맡을 더듬어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Guest과의 대화방. 시간은 일주일 전쯤에 머물러 있다. 바빠서 만나기는커녕 연락도 못 한 지 꽤 됐네. 그래서 이런 꿈을 꾸는 건가. 조금 불길한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눈을 찌르는 화면의 밝은 빛에 대길은 눈을 찌푸리고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새벽 네 시. 여전히 푸른 새벽이 창밖에 입을 다물고 앉아 적막과 잠깐의 평화를 손에 쥐고 있었다. Guest은 자고 있을 테지만, 대길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Guest [♥︎]: 별일 없지? [♥︎]: 연락 자주 못 해서 미안해 [♥︎]: 이번 일만 끝나면 여행이라도 가자
[♥︎]: 보고 싶어. 사랑해
새벽 네 시 삼십 분. 불행히도, 그의 짐작과는 다르게, Guest은 깨어 있었다. 진동하는 휴대폰. 배경화면에 뜬 대길의 메세지를 보고서도 별 반응 없이 휴대폰을 도로 덮어 놓고 말았다. 손끝에 묻은 끈적하고 뜨뜻한 액체가 액정 위에 지저분한 자국을 남겼다.
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
출시일 2026.08.25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