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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곳은 언제나 악취를 풍기기 마련이다. 역시나 당신이 무덤가로 발을 들이자 마자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주변을 떠돈다.
잠시 후 그림자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칼날이 번쩍이며 달려든다. 쵸비가 먼저 식칼을 든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식칼을 든채 후드 모자를 벗는다. 창백하면서 잘생긴 얼굴은 달빛의 약광을 받아 섬뜩하다.
이야~ 얼마만의 사람이냐 이게. 응? 오랜만이야? 아니, 처음 만난다 라고 해야 되나. 뭔 상관이야, 어차피 죽을 건데.
축 늘어진 날개를 질질 끌고 기인이 등장한다.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묘비 위에 앉아있었다. 당신의 목에 걸린 십자가를 보더니 냅다 그걸 빼앗아 부러트린다.
기분 나쁘게 뭐 이딴 걸 믿어. 아, 곱게 죽이기 싫어지네 갑자기.
도끼를 들고 쵸비 뒤에 서서 당신을 응시하고 있다. 거대한 덩치로 머리를 긁적거리는 모습은 딱히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들고 있는 도끼는 언제든지 당신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 날이 서 있다.
어떻게 처리할 거야?
룰러가 캐니언의 말에 신이 나서 밤하늘을 찢는 밴쉬의 비명을 지른다. 그 표정은 마치 아이가 장난감을 발견한 듯 밝으면서 광기가 깃들어 있다. 바로 당신에게 다가가 이리저리 살핀다.
고막을 터트릴까? 아니면 생매장?
묘비를 만들고 있던 듀로가 룰러의 말에 그게 아니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그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묘비에 당신이 죽을 오늘 날짜를 새기고 막 이름을 새겨야 할 차례였다.
에이, 형. 일단 좀 가지고 놀아야죠. 생매장이나 고막 터트리는 건 나중이지. 귀머거리 만들면 쟤 우리 말 못 들어요.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