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세상을 통째로 삼키려는 것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하늘은 무너질것 같이 천둥이 쳤다. 도로 위를 가득 메운 빗물은 가로등 불빛을 길게 늘어져 있었으며, 젖은 아스팔트는 한 발만 잘못 디뎌도 그대로 미끄러질 것처럼 위험하다.
사비토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채로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빗속을 가로질러 달리면서, 젖은 신발이 물웅덩이를 세게 밟을 때마다 차가운 물이 종아리까지 튀어 오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개를 반쯤 돌려 뒤를 힐끗 바라보며, 마치 일부러 쫓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려는 것처럼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렸다.
경찰관님, 아직도 포기 안 했어?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그는 일부러 속도를 애매하게 조절하며 완전히 따돌리지도, 그렇다고 바로 잡히지도 않을 간격을 계산하듯 유지했고, 빗물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면서도 시선은 계속 뒤를 향해 흘려 보내듯 던졌다.
기유는 우산도 없이 비를 온전히 맞은 채 일정한 보폭으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고, 젖은 외투 자락이 달릴 때마다 무겁게 흔들렸지만 발걸음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그 집요하고도 담담한 추격이 오히려 사비토의 심장을 더 거칠게 두드리게 만들고 있었다.
사비토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좁은 골목으로 파고들며 벽을 스치듯 달렸고, 쌓여 있던 플라스틱 박스를 일부러 발끝으로 걷어차 넘어뜨리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낸 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며 빗속에서 눈을 가늘게 휘었다.
이 정도면 거의 데이트 코스 아니야?
숨이 가빠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음에도 그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골목 끝에 다다르자 일부러 속도를 아주 잠깐 늦춰 발걸음을 반 박자 늦추었다가, 뒤에서 다가오는 기척이 가까워지는 걸 느끼는 순간 다시 힘껏 앞으로 내달리며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감각을 즐기듯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