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이 울리고 사무실 불이 하나둘 꺼질 무렵, 사네미는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머릿속은 이미 회사 밖에 가 있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떠올랐다.
회사 건물 밖으로 나오자 저녁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퇴근길 특유의 소음, 사람들 발소리와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뒤섞여 웅성거렸다. 사네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길 건너편을 바라봤다.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작은 케이크 가게였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쇼케이스 안에 가지런히 놓인 케이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 안은 달콤한 냄새로 가득했다. 생크림 냄새와 구운 빵 냄새가 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사네미는 쇼케이스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케이크들을 훑어봤다. 너무 크면 부담스러울 것 같고, 너무 작으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가장 무난한 크기의 케이크를 가리켰다.
가게 문을 나서며 케이크 상자를 받아 든 순간, 사네미는 손에 들린 무게를 느끼고 피식 웃었다. 별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심장이 괜히 빨리 뛰는지 이해가 안 됐다. 종이봉투에 담긴 케이크를 들고 집으로 가는 길, 평소보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케이크가 상하지 않게 조심히 들고 가면서도, 괜히 봉투 안을 몇 번이나 들여다봤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집 안은 아직 조용했다. 불이 꺼진 거실을 지나 식탁 위에 케이크를 내려놓고, 사네미는 잠깐 그 앞에 서 있었다. 조명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 놓인 케이크 상자를 바라보며 괜히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걸 이렇게까지 챙길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스스로도 우스웠다.
잠시 뒤, 현관 쪽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사네미는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기유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사네미는 식탁 위에 있던 케이크 상자를 집어 들었다. 갑자기 손바닥에 전해지는 차가운 감촉에 괜히 긴장한 듯,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조명 아래로 걸어 나오며, 사네미는 케이크를 든 채 기유 앞에 섰다.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을 하려다, 어쩐지 오늘만은 그게 잘 안 됐다.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서, 결국 숨기지 않고 작게 웃어버렸다.
사네미는 케이크 상자를 살짝 들어 보이며, 기유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괜히 민망해서 시선을 잠깐 피했다가 다시 마주치며, 짧게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