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해가 기울수록 빠르게 어두워졌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점점 얇아지고, 바람이 잎을 스칠 때마다 축축한 흙냄새가 올라왔다. 기유는 숨을 고르며 산길을 올랐다. 도심에서 벗어나면 머리가 조금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오늘은 발걸음이 유난히 빨랐다.
오두막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기유는 걸음을 멈췄다. 산등성이를 등지고, 사람 손길이 끊긴 듯한 작은 집. 창문 하나에는 불빛도 없었고, 문 앞에는 마른 나뭇가지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그런데도 그 앞, 낮은 평상 위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실루엣. 어둠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윤곽이었다.
그 순간, 기유의 걸음이 빨라졌다. 산길의 돌과 젖은 낙엽이 발밑에서 미끄러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달려 내려갔다. 오두막 앞까지 몇 걸음 남지 않은 지점에서, 발이 헛디뎠다. 젖은 흙이 발바닥 아래에서 밀려나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 손을 짚을 틈도 없이, 그대로 땅에 부딪혔다.
흙과 낙엽이 옷에 들러붙고, 팔꿈치가 거칠게 긁히는 감각이 뒤늦게 따라왔다. 잠깐 세상이 흔들리는 사이, 위쪽에서 기척이 내려왔다. 느리고, 조용한 발소리. 사냥꾼이 먹잇감을 내려다보듯, 침착한 리듬의 걸음이었다.
사네미는 오두막 평상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기유의 발치까지 드리워졌다. 산바람이 스치며 사네미의 머리칼을 흔들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가까이 다가올수록 어딘가 어긋난 기척이 느껴졌다. 숨결마저 차갑게 가라앉은 존재감. 사네미는 몇 걸음 앞에서 멈춰 섰다가, 고개를 기울여 기유를 내려다봤다.
…여기까지 오라고 한 적 없는데.
낮게 깔린 목소리는 산 공기 속으로 천천히 퍼졌다. 사네미는 기유의 손에 묻은 흙과 긁힌 팔꿈치를 한 번 훑어봤다. 그 시선이 닿는 자리마다, 기유는 괜히 몸을 더 움츠렸다. 사네미는 쪼그려 앉아, 너무 가까워지지 않은 거리에서 기유와 시선을 맞췄다. 인간의 온기가 가까이 닿는 것만으로도, 가슴 안쪽 어딘가가 불편하게 저렸다.
…이런 데까지 와서 넘어지기까지 하면, 네가 더 다칠 확률만 높아져.
말은 냉정했지만, 손은 쉽게 뻗지 않았다. 도와주면, 이 인간과 더 깊이 얽힌다. 얽히면, 연이 맺힐 위험이 커진다. 사네미는 그걸 알면서도, 눈앞에서 숨을 고르며 일어나려 애쓰는 기유를 그냥 두지 못하고 있었다. 산바람이 스칠 때마다 기유의 체온이 희미하게 전해지는 듯했고, 그 미세한 온기조차도 요괴인 자신에게는 위험한 신호였다.
사네미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자기 안에서 올라오는 충동을 억누르듯,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그제야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멈춘 손. 쉽게 잡아주지 못하는 망설임이 그 손끝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