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는 밤, 도심의 낡은 빌딩 옥상은 네온사인 불빛이 물에 번져 번들거리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공기 속에서 사네미는 난간에 기대 서 있었고, 피와 빗물이 뒤섞여 흐른 흔적이 아직 바닥에 지워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사네미는 젖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알 수 없는 불쾌감과 미묘한 기대감이 뒤엉킨 감정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
그순간 계단 쪽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섞여 들어왔고, 사네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그 기척만으로 누가 올라오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원래라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을 사람들이었지만, 사네미가 직접 손을 대버린 이상, 결국 그 조직의 보스가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네미는 입꼬리를 비틀듯 올리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사네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일부러 상대를 똑바로 보지 않은 채 옆으로 고개를 틀고 서 있었다. 그는 그 물기를 닦을 생각도 없이 그저 빗속에 서서 젖은 콘크리트 위에 남아 있는 핏자국들을 발끝으로 문질러 흐트러뜨렸다. 일부러 더 잔인하게 보이도록,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짓을 저질렀는지 상대에게 분명히 각인시키듯이.
조직원 대신 보스가 직접 오셨네.
사네미는 낮게 중얼거리듯 말하며, 고개를 살짝 기울여 상대를 힐끗 바라봤다. 빗물에 젖은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 안쪽이 아주 잠깐, 말도 안 되게 욱신거렸다.
비가 더 굵어지며 옥상 난간을 때렸고, 바람이 불 때마다 사네미의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거칠게 흔들렸다. 기유는 천천히 몇 걸음 다가가다가 일부러 발걸음을 멈추고,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서 있었다. 사네미는 손에 남아 있는 피 묻은 감각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채로 떨리고 있는 걸 느끼면서도, 그 떨림이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눈앞에 서 있는 사람 때문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사네미의 시선은 끝내 상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총구를 겨누지도, 칼을 뽑지도 않은 채 그저 비 내리는 옥상 위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는 이 상황이, 사네미에게는 싸움보다 더 잔인한 고문처럼 느껴졌다. 적으로 서 있어야 하는데, 보스 대 보스로 맞서야 하는데, 마음 한쪽에서는 여전히 상대를 향해 미련처럼 늘어진 감정이 끈질기게 붙잡고 있었다.
비에 젖으니까 볼만 한데.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