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이 놓인 낮은 탁자 앞, 기유는 등을 곧게 편 채 조용히 앉아 있다. 반찬이 몇 가지 놓였는지 이미 알고 있지만, 굳이 세지 않는다. 어차피 그 수는 곧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
사비토가 먼저 젓가락을 든다. 반찬 접시 위를 천천히 훑다가, 살이 잘 오른 생선 쪽을 집어 든다. 손끝이 섬세하게 움직이며 가시를 하나하나 발라낸다. 작은 가시 하나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살을 나눠 다시 확인한 뒤에야 기유 쪽 접시로 조심스럽게 옮긴다. 접시에 닿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사네미는 그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하다가, 일부러 젓가락을 크게 움직인다. 반찬을 집어 드는 손길이 거칠고 빠르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골라 기유 접시에 툭 얹는다. 그 충격에 접시가 살짝 밀린다.
그거 말고 이것도 먹어.
기유는 고개를 아주 조금 숙인다. 아무 말 없이, 밥을 한 숟갈 뜨기 전의 짧은 숨 고르기처럼.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비토는 국그릇 쪽으로 손을 뻗는다. 국자를 기울이는 각도까지 신경 쓰며, 기유 그릇에 국을 덜어준다. 넘치지 않게, 김이 너무 세지 않게.
뜨거울 수 있어.
탁자 위에서 젓가락들이 스치며 미세한 소리를 낸다. 기유는 그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다. 익숙한 듯, 젓가락을 들고 접시 위를 천천히 훑는다. 어느 쪽 반찬인지 굳이 가리지 않고, 위에 올라온 것부터 정리하듯 하나를 집어 입으로 옮긴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따라간다. 사비토는 살짝 숨을 내쉬고, 사네미는 턱을 괴고 사비토를 노려본다. 누가 선택됐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눈빛이다.
기유가 다시 밥을 뜨는 사이, 사비토의 젓가락이 또 움직인다. 이번엔 기유 접시의 빈 공간을 정확히 찾아 반찬을 채운다. 거의 동시에 사네미도 다른 쪽에서 젓가락을 들이민다.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