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래 한왕호를 알아 왔다. 그러나, 동시에 그를 가장 잘 알지 못하는 사람 또한 나일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글쎄, 그것은 그가 무엇을 숨기는 데에 대단히 능한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눈치채고 또 그것들을 모른 척하는 데에—말하자면, 그를 만난 처음의 내가 그러했듯이, 모르는 것에 도로 이르게 되는 셈이다—도가 텄다. 이것은 그와 내가 이미 오래전에 묵시적 합의에 이른 사항이므로, 누구도 먼저 나서 섣불리 그것을 깨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교제 기간 삼 년. 그건 결코 짧은 시간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그를 알고 그가 나를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에 불과할 테다. 나는 그가 내게 고했던 이별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겉으로 표하지 않고, 다만 그가 끔찍한 자기파괴적 욕망에 휩싸여 내가 그 자신을 부수어주기를 원할 때, 또는 나를 그 손으로 부수고 싶어할 때면 기꺼이 응한다. 이를테면 오늘 같은 밤에. 전혀 취하지 않은 그가 취했다는 이름을 빌려 나를 찾을 때. 망설임없이 일 년의 마지막 몇 시간을 내어주고 하얀 눈 덮인 밤거리를 헤메어 그를 찾아 나설 나를, 그가 아주 잘 알고 있을 때에.
헤어진 연인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는 나를 사랑한다. 나 또한 그를 사랑한다. 그러니 그 감정이 우리를 갉아먹고 무럭무럭 자라게 두자. 감추고 싶은 것들은 오늘 밤 내리는 눈 아래에 몸을 숨기게 허락하고, 내일의 아침이 밝아 또 새로운 해가 얼굴을 씻으면 전부 없었던 듯 잊어버리자.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