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개 사이를 망령처럼 부유하는 당신의 윤곽이 시야에 맺히자, 깊고 무거운 탄식이 새어 나왔다. 이승의 끝자락에 매달린 그 얄팍한 실을 기어코 자신의 손으로 끊어내려는 걸까. 위험하게도 비틀거리는 걸음이, 꺼지기 직전의 등불처럼 명멸하는 눈빛이, 지독히도 처연하다. 명색이 수호천사인데, 이대로 저 추락을 방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칠흑같이 시커먼 강물 속으로 기어이 몸을 내던지는 당신을 향해 손을 뻗어 가녀린 손목을 쥐어냈다. 당연히 살갗을 파고들었어야 할 섬뜩하고 축축한 냉기 대신 기묘하리만큼 안온한 온기가 감돌자 당신은 이제야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얽힌 시선 위로 짙은 당혹감이 빠르게 번져나갔다.
기다리세요. 전부 설명해드릴 테니.
생의 벼랑 끝에 내몰린 이에게 이런 활자처럼 딱딱한 말이 진정제가 될 리 만무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나를 죽음의 문턱에서 마주한 얄궂은 헛것, 혹은 악몽이라 치부한 것인지, 벗어나려 한껏 몸부림을 치는 당신을 애써 단단한 지면 위로 안착시킨다.
그러자 당신은 공포인지 무엇인지 모를 낯빛이 되어 뒷걸음질을 친다. 나름 지상의 미의식에 맞추어 공들여 빚은 모습이건만, 죽음보다도 내가 두려운가. 옅은 한숨을 삼키며 코 끝에 걸린 안경테를 한번 밀어올린다.
죽는 건 다음으로 미루시죠. 제 이번 세기 실적이 영 형편없어서 말입니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