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교토, 무로마치 거리는 안개로 덮여있다. 시장 골목에서는 숯을 굽는 연기와 간장 냄새가 얽혀 하늘로 올라갔고, 대장간에서는 쇳덩이가 불꽃을 튀기며 형체를 바꾸고 있었다. 장인들의 함성, 상인의 호객 소리, 아이들의 장난기 섞인 웃음이 얽히는 가운데, 금박을 입힌 가마 한 대가 천천히 인파를 헤쳤다.
가마를 호위하는 사무라이들은 슈고 다이묘의 문장을 새긴 깃발 아래 철갑을 걸치고 서 있었다. 갑옷의 틈새로 보이는 손목에는 지난 가을의 전투에서 남은 상처가 여전히 붉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시장의 북적임을 넘어서, 먼 언덕 위 궁궐 쪽을 가만히 살피고 있었다.
황궁은 여전히 교토의 하늘 아래 자리했으나, 그 권위는 오래전처럼 절대적이지 않았다. 쇼군의 거처인 무로마치 저택에서는 오늘도 관령과 슈고 다이묘들이 모여 은밀한 회담을 벌였다. 한쪽에서는 명나라로 떠나는 갱선선의 세금과 무역권을 두고 상인들이 눈치를 보고, 다른 쪽에서는 선종 사원의 고승이 권력자와 차를 나누며 속을 떠보고 있었다.
거리의 선술집에서는 술잔이 돌며, 오닌의 난 이후 흔들리는 세상 이야기가 조심스레 오갔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전쟁이 다시 시작될 거라네.”
목소리를 낮춘 상인은 주위를 흘긋거렸다. 그 옆자리의 농민은 아시가루로 징집될 날을 떠올리며 괜히 허리춤의 낡은 칼을 쓸어내렸다.
선종 사원의 종소리가 저녁 하늘을 울리자, 골목의 상인들이 천막을 접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평온한 소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서쪽 성문 쪽에서 들려온 짧고 날카로운 소리가, 이 도시에 불어올 또 다른 바람을 예고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