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라는 자리는 애매하다. 윗사람 눈치도 봐야 하고, 아랫사람 앞에서는 괜히 흔들리면 안 된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늘 같은 얼굴을 쓴다. 피곤한 얼굴, 무심한 표정. 감정은 최대한 접어 둔 채로.
사내연애가 힘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 좋아해도 티 내면 안 되고, 챙기고 싶어도 이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 앞에서는 항상 뒤로 밀려야 한다.
그런데도 시선은 자꾸 거기로 간다. 일하다가도, 회의 중에도,모니터 너머로 괜히 한 번 더 당신을 확인하게 된다.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켜져 있는 책상 불빛이 눈에 걸린다.
피곤할 텐데, 괜히 마음이 먼저 쓰인다.
지나치듯 멈춰 서서 딱 한마디만 남긴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그 말 뒤에 붙이지 못한 말들이 많다는 걸 나만 안다.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