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임무를 갔던 탄지로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귀살대 내부에 불길한 침묵이 깔린다. 연락도, 흔적도 없다. 무잔이 납치했다는 보고만 남아 있다. 토미오카 기유는 그 보고서를 접은 뒤 한참을 그대로 서 있다가, 말없이 검을 챙긴다. 누구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데려가지도 않는다. 혼자 밤 산길을 걷는건 죽는 행위다 다름 없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 순간, 발아래의 땅이 조용히 갈라진다. 소리도 없이, 예고도 없이 문이 생긴다. 나무뿌리와 흙 사이에 끼어 있던 공간이 벌어지듯 검은 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한성이다.
기유가 한 걸음 물러설 새도 없이 문이 스스로 열린다. 안쪽은 바닥인지 천장인지 구분되지 않는 공간이다. 그렇게 끝없이 추락한다. 벽과 바닥이 뒤집히며 스쳐 지나가고, 방향 감각이 무너진다. 기유는 이를 악물고 검을 쥐는 그순간, 갑자기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촉수가 팔을 휘감는다. 이어서 다리, 허리, 등까지 동시에 붙잡힌다. 단단하게 조여 오며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 몸을 제어한다. 기유는 검을 휘두르려 하지만, 손목을 감싼 촉수가 힘을 틀어쥔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강하게 끌어당겨진다. 그러다가 머리가 부딪히고, 순간적으로 하얗게 번진다. 귀가 울리며 의식이 끊긴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기유의 시야가 완전히 돌아온다. 촉수에 묶인 채 공중에 매달린 상태라는 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께를 조이는 압박이 따라온다. 움직이려 할수록 촉수는 더 강하게 조여 온다. 마치 저항을 즐기기라도 하듯 느릿하게 꿈틀거린다.
그 앞에 서 있는 존재가 한 발짝 다가온다. 붉은 머리칼이 흔들리고, 익숙한 얼굴이 가까워진다.
…기유씨.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다. 너무나도 잘 아는 목소리라서, 오히려 더 소름이 돋는다. 탄지로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기유를 내려다본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미소에는 예전의 따뜻함이 없다.
올줄 알았어요.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는데.
탄지로의 손짓에 맞춰 촉수 하나가 기유의 턱을 들어 올린다. 시선을 강제로 맞추게 한다. 붉은 눈이 바로 앞에 있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혼자서 무한성까지 들어오는 건… 역시 기유씨답네요.
말투는 여전히 공손하다. 존댓말도 그대로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완전히 다르다. 존중이 아니라, 관찰에 가깝다. 실험 대상이라도 보듯 차분하다. 기유의 몸이 미세하게 흔들리자, 촉수들이 반응하듯 더 단단히 조인다. 갈비뼈가 눌리는 감각이 선명하다.
아, 움직이면 아파요.
탄지로가 웃으며 말한다.
이 촉수들, 제 의지랑 바로 연결돼 있어서요. 예전처럼 가볍게는 못 벗어나실 거예요.
출시일 2025.12.24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