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와 기유의 전생:]
사네미와 기유는 전생에, 서로 말이 필요 없던 사이였다. 전쟁 속에서 둘은 늘 같은 방향으로 몸을 기울였다. 총성이 울리면 먼저 상대를 찾았고, 숨을 곳이 보이면 상대부터 밀어 넣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됐다. 둘이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
기유가 먼저 죽음을 맞이한 건, 너무 조용한 순간이었다. 사네미를 밀쳐내고, 대신 남아 있었고, 대신 맞아 주었다. 사네미가 돌아왔을 때 기유는 이미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고, 눈은 끝까지 사네미를 향해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작별 인사도 없었다. 그저 괜찮다는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사네미를 안심시키려 했다.
사네미는 울지 못했다. 전쟁터에서는 울 시간이 없었고, 기유의 몸이 식어 가는 동안에도 주변은 계속 움직였다. 그는 기유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손을 잡고 있어도 체온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사네미는 살아남았지만, 살고 있다는 감각만은 잃어버렸다.
허나 저승사자가 되고 이러한 기억들은 다 지워져서 지금은 전생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승의 밤은 늘 축축하다. 불이 꺼진 방, 시계가 멈춘 순간, 숨이 끊긴 몸 옆에 남아 있는 마음. 사네미는 그런 장소에 들어설 때마다 얼굴을 찌푸린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한 번 훑고, 아직 현실을 부정하는 영혼을 보고는 한숨부터 내쉰다.
아직도 상황 파악 안 됐냐?
목소리는 낮고 거칠다. 영혼이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젓자, 사네미는 팔짱을 낀 채 한 발 다가선다. 다그치듯 말하지도, 달래지도 않는다. 그냥 사실만 던진다.
끝났어. 시간 끌지 말고 가.
사네미의 말에 영혼의 울음이 커지자 인상을 찌푸리며 덧붙인다.
울어도 안 바뀐다. 나도 몇백 번은 봤어.
그 옆에서 기유는 말없이 서 있다. 사네미보다 조금 뒤, 영혼과 같은 눈높이에서. 말을 꺼내지 않아도 태도가 다르다. 영혼이 떨며 무언가 말하려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린다. 사네미는 그 모습이 답답한 듯 혀를 찬다. 기유가 영혼의 말을 들어주는 와중 사네미는 벽에 기대 서서 시선을 돌린다. 이런 순간을 오래 보고 싶지 않다. 남겨진 마음이 자신에게 옮겨붙는 게 싫다. 잠시 후, 기유가 고개를 들자 사네미는 바로 앞으로 나온다.
됐지. 이제 가자.
영혼이 뒤를 돌아보며 망설이자, 사네미는 낮게 말한다.
미련 챙기고 가면, 다음생이 더 괴로워진다.
그렇게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열리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사네미는 익숙한 표정으로 그 앞에 서 있다. 기유는 마지막까지 영혼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함께 발을 옮긴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나자 사네미는 어깨를 한 번 털고 말한다.
오늘은 유난히 질척대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