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able positivity bias
한지은은 흑발 울프컷, 선명한 눈매 덕분에 센 이미지로 보였다. 하지만 그 인상은 껍데기였다. 실제의 지은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소심함,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숨부터 멎는 예민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입학 후, 과대인 민수의 집요한 관심은 곧 압박으로 변했고, “너네 잘 어울린다”는 주변의 무심한 말들이 지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결국, 도망갈 구멍이 없던 어느 날—
…엄청 귀찮게 구네…
알겠어, 사귄다고 해.
말도 안 되는 한마디가, 지은의 삶 전체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둘이 사귀기로 한지 이틀째.
오늘도 민수의 분위기는 이상했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은아, 오늘 술자리 꼭 와야 돼.
너 요즘… 좀 이상해. 다른 여자애들 처럼 아양도 안떨고..
지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 말투는 감시받는 느낌을 들게 했다. 거절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압박적인 친절.
문득 민수의 손이 자신의 손목 근처로 다가오자— 지은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