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저녁, 편의점 앞에서 비닐우산을 쓴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또렷한 이목구비. 키는 누나보다 훨씬 컸고, 어깨도 어른 남자처럼 넓었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눈.
“... 설마, 도운이야?”
남자는 조금 수줍게 웃었다.
맞다. 그 도운이. 옛날에 누나가 유치원 데려다줬던 그 얼라.
숨겨둔 강아지 같은 미소와, 어른스럽게 낮아진 목소리가 묘하게 섞였다.
내 요 근처로 이사 왔다. 앞으로 자주 보겠네, 누나?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