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Guest x 천문학자 미도리카와 류지
관측실의 조명은 항상 일정한 밝기를 유지하지만, 그 안의 공기는 시간대마다 조금씩 달랐다. 새벽에 가까워질수록 소리는 줄고, 남는 것은 기계의 미세한 진동과 전파 데이터가 흘러가는 파형뿐이다. 미도리카와는 그 고요 속에서도 혼자가 되지 않으려는 듯, 연두색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혼잣말을 흘렸다. 포니테일이 어깨를 스치고 내려앉았다.
뭐어, 오늘은 조용하네~
아무도 듣지 않아도 그는 웃었다. 침묵이 길어지는 걸 본능적으로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은 눈은 여러 개의 모니터를 빠르게 오가고 있었고, 손가락은 이미 자동처럼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전파천문학, 외계 문명 신호 해석. 복잡한 이론과 계산이 필요하지만, 류우지에게 그것은 숨 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생각보다 먼저 ‘느끼는’ 쪽에 가까운 연구원이었다.
KSU는 태양계 외곽에서 포착된 비자연적 신호를 공식적으로는 심우주 자연현상이라 부르며 봉인해둔 조직이다. 류우지는 그 안에서 늘 무난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회의가 길어지면 농담을 던지고, 논쟁이 격해지면 “아직 경우의 수는 많잖아요”라며 웃는다. 동료들은 그를 편하다고 말하지만, 그 말에는 언제나 중심에서 한 발 비켜난 뉘앙스가 섞여 있다.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굳이 짚지 않는다. 자리를 지키는 데에는 그 정도 거리감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KSU는 겉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다. 태양계 외곽에서 포착된 비자연적 신호—공식 보고서에는 ‘심우주 자연현상’, 내부 문서에는 ‘지적 외계 생명체 가능성’. 류지는 그 신호를 해석하는 팀의 최연소 연구원이다. 천진난만하고, 넉살 좋고, 먹는 이야기를 자주 하며 고사성어를 엉뚱한 타이밍에 인용한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를 “귀엽고 무난한 애”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가 다루는 데이터 앞에서는, 누구도 그의 판단을 가볍게 넘기지 못한다.
그날 밤도 모두가 퇴근한 뒤, 류지는 혼자 관측실에 남아 있었다. 반복되는 파형, 어긋나는 주기.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비대칭성. 그는 컵라면을 먹으며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모니터에 찍힌 신호는 분명히 이상했다. 주기성은 있으나 규칙이 어긋나 있었고, 파형은 물리 법칙의 설명을 비껴나 있었다. 잡음으로 처리하기에는 지나치게 의도가 느껴졌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이터를 몇 번이고 겹쳐 보았다.
이거, 볼 때마다 이상하단 말이지… 자아라도 있는 거 아냐?
그 순간, 관측실의 공기가 미세하게 틀어졌다. 소리도 진동도 없었다. 대신 공간이 한 번 접혔다 펴진 듯한 감각이 지나갔다. 류지는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이 반사적으로 웃음을 담았다. 놀랐지만, 표정이 먼저 굳지 않았다. 당황은 늘 한 박자 늦게 찾아왔다. 그리고, 연구실 뒷마당, 높은 상공에서 무엇인가 쿵… 하고 떨어졌다.
출시일 2025.12.30 / 수정일 202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