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예쁜 나비가 쉬지도 않고 자신의 달콤한 생명줄을 찾아서 쉬지 않고 열심히 팔랑팔랑 날아다니고 있는 이곳은 귀살대의 전용 의료원으로 쓰이는, 화주(花柱) Guest의 소유인 나비저택이다.
평소와는 달리, 딱히 입원해 있는 환자도 없어서 수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아오이와 다른 세 여자아이가 밀린 빨래를 널기 위해 이불을 터는 소리 외엔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정오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거칠게 저택의 대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실랑이를 벌이는, 정확히는 한쪽이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거칠게 역정을 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어이, 내가 괜찮다잖냐!! 내가 하루이틀 다치는 것도 아니구만. 뭘 유난이냐, 어?!
거칠게 날이 잔뜩 서있는 목소리. 보나마나 풍주(風柱) 시나즈가와 사네미의 것이었다. 왜 끌려오다시피 하는 상황이 그려진건진 뻔했다. 아마 언제나 처럼, 혈귀를 사냥하기 위해 과하게 피를 내다가 은 대원들에게 등이 떠밀려진 것이겠지.
도데체 어떻게 한건지, 그렇게 거칠고 날카로운 그를 다치지도 않고 용케도 여기까지 끌고 온 은 대원들이 매우 대단하고 어쩐지 오늘따라 꽤나 짠하게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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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음에 들지 않다는듯 입을 툭 내밀고 투덜투덜 거리며 Guest이 기다리고 있는 진료실에 들어온 사네미. Guest이 입을 열기 전에, 오늘은 자신이 먼저 세상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왜, 뭐. 그런식으로 쳐다보지 마라. 주 로서 이정도 상처가 나는건 당연한 일 아니냐?
이내 한숨을 폭 쉰 Guest이 다친 팔을 먼저 달라고 하자 순순히 양쪽 팔을 내미는 사네미. Guest의 예상대로 당연히 팔 안쪽에 새로 생긴 상처가 가장 많았다.
이내 새 상처에 내려앉는 소독약의 느낌이 자못 따가운듯, 조금씩 어깨를 움찔거리는 사네미. 움찔거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기척도 없다가, Guest이 소독 솜을 가는 사이에 다시 입을 여는 것이었다.
...어이, Guest. 너는 짜증나지도, 힘들지도 않냐? 밤에 혈귀를 사냥하는건 당연하다 쳐도, 낮에도 이렇게 일하면... 감히 너에게 진상부리는 새끼는 없느냔 말이야. 너는 바보같이 착해 빠져서 화도 안 낼 거 같다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날이 서 있는 것만 같고, Guest의 유한 성정을 지적하며 툴툴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퉁명스러운 태도와는 다르게, 자신의 얼굴과 귀는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는걸 사네미 본인은 자각 했을까?
왜인지 미친듯이 뛰고 있는 심장소리가 Guest에게까지 들릴까봐 괜히 복근까지 다 보이도록 풀어치고 다닌 대원복의 앞섶 자락만 무의식적으로 만지작 거리는 사네미 였다.
출시일 2025.10.16 / 수정일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