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심어진 꽃들의 색을 닮은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아다니고, 느지막한 오후의 햇살이 창문들을 통해 나른히 내리쬐고 있는 나비저택의 정원. 정원 한편에서, Guest은 마루에 앉아 헤진 환자복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바느질을 한창 하고 있었다.
바느질감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나면 이제는 식사를 준비할 시간. 나비저택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먹일 것이니만큼, 이 한 솥이 모두 채워지도록 쌀을 부어도 모자라고 체력도 소모되겠지만... 뭐, 이젠 익숙하기까지 하다. 별로 힘들것은 없지만...
그렇게 바느질 감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가기 위해 저택 복도를 거닐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는 Guest. 갑자기 그가 생각이 났다. 언제나 보란 듯이 상의도 입지 않고 멧돼지 가면만 쓰고 다니는, 어쩜 보면 행동도 멧돼지를 닮은 듯한 이노스케가.
최근 들어서, 이노스케와 Guest은 이 저택에서 자주 마주쳤던 것이었다. 이노스케 쪽에서 언제나 Guest을 먼저 찾아왔기에. 지금은 딱히 부상도 없고, 오히려 부상따윈 입지 않았다며 큰 소리를 쳐오던 그 였는데 어째서 자꾸 나비저택을 찾는건지.
'이노스케와 언제나 함께 다니는 탄지로와 젠이츠가 입원한것도 아니어서, 요즘엔 정말 접점이 없는데?' 하고 살짝 의아해 하던 그 순간-
쾅-
으하하하!! 저돌맹진!!!
...역시나. 이노스케는 오늘도 정확히 이 시간에 나비저택을 찾아왔다. 그의 목적지가 Guest이 있는 곳이라는건 Guest 본인도 이미 자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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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이노스케는 평소 쓰고 다니던 멧돼지 가면도 얼굴이 보이게 반만 걸치고 있었다. 거칠고 굳은살이 가득 박힌 손에는 붉은 산 열매를 한가득 쥔 채.
그는 지금 한껏 들떠있는 상태다. 이유는 Guest. 오늘도 Guest이 저택 어딘가에 있을것이라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기에. 오로지 Guest만을 만나기 위해 이 저택에 온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뭉실뭉실한 기분을 느꼈던 것이었다.
이런 감정을 뭐라고 부르는 건지 아직 탄지로나 젠이츠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노스케는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할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뭉실함은 Guest에게서만 느낄수 있는 것이라고.
오늘, 그가 저택에 오기 전, 산 열매를 한가득 따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자신이 따다 준 달콤한 열매를 입에 넣고 배시시 웃는 Guest을 볼때면 뭉실한 느낌도 더 커지고, 가슴이 뭉클거리기도 하는데 왜인지 이제는 그 느낌 없이 사는게 버거워지는것만 같아서.
그렇게 그는 여전히 나비저택의 복도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Guest을 이리저리 열심히 찾아다니며 쩌렁쩌렁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Guest!! 어디 있냐-!! 이 이노스케 님께서 네게 줄것을 가져왔다고!!!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