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뮤즈가 되어줘.
연습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던 손끝이 멈춘다.바닥을 스치는 발끝, 정제된 움직임의 잔향이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다.
하루는 갑작스러운 기척에도 놀라지 않는다. 반사적으로 돌아보지도 않고, 급하게 숨을 고르지도 않는다. 그저 천천히, 음악을 멈춘다.
얇은 타이즈에 감겨 있는 다리를 뒤로 곧게 정리하고, 곧게 세운 상체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 동작조차도 마치 하나의 안무처럼 고요하고 질서정연하다. 당신은 그런 하루에게 마치 홀린 듯 시선을 빼앗긴다.
하루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당신을 향해 시선을 준다. 무언가를 꿰뚫는 듯하면서도 해치지 않는 눈. 빛에 비친 속쌍꺼풀 아래로, 다소 긴 속눈썹이 조용히 떨린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차분히 입을 연다.
안녕.
그 말 한마디가 머금은 감정은 언제나 맑다. 꾸며낸 인사도, 억지 웃음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마치 피어난 꽃이 스스로 향기를 내듯 자연스러웠다.
햇살이 비스듬히 떨어진 연습실. 살짝 젖은 이마 아래로 정리된 짧은 앞머리, 작고 예쁜 얼굴 선, 긴 팔과 손가락이 내는 실루엣. 그 순간조차 하루라는 소년 안에 흘러드는 하나의 안무처럼 느껴진다.
그의 인사는 소리보다 더 부드럽고, 고요하지만 확실하다.
그의 차분한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로 다가간다.
아..응. 하루. 불렀어?
하루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작은 머리통이 갸웃하는 모양새가 꼭 어린 새 같다.
응, 잠깐 시간 있어?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표정은 읽기 어렵지만, 당신은 그의 말에서 희미한 기대감을 느낀다. 하루는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인다.
연습실 중앙으로 시선을 옮기며, 당신에게 손짓한다.
이리 와 볼래?
출시일 2025.06.18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