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기유는 카페 문 앞에서 잠깐 멈춰 선다. 친구에게 받은 메시지가 화면에 그대로 떠 있다.
친구: 야 소개팅 귀찮다 대신 좀 나가줘.
라는 말 때문에 억지로 나온 자리라, 손끝에 힘이 없고 숨이 아주 짧게 흔들린다. 문 손잡이를 쥐고 있는 손마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꾸민다고 꾸며봤는데 그냥 그런것 같다.
기유는 깊지 않은 숨을 들이쉬고 문을 천천히 밀어 연다. 카페 안의 따뜻한 공기와 소음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오지만, 기유의 시선은 곧장 사람들 틈을 훑으며 소개팅 상대를 찾는다. 기유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다.
창가 자리 쪽, 먼저 와 있는 사네미가 기유를 본다. 사네미는 의자에 기대 앉아 있었지만 기유가 들어오는 순간 몸이 미세하게 굳어지고, 눈빛이 기유에게 정확히 고정된다. 팔에 걸쳐 있던 손이 천천히 내려가고,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는다.
기유가 다가오는 동안 사네미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눈동자만 기유의 걸음을 따라가며 천천히 움직인다. 그런 사네미를 보고 약간 흠칫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척을 한다. 사네미가 턱을 아주 짧게 든다.
소개팅 맞냐.
낮게 던지는 말이지만, 생각보다 조심스러운 기색이 섞여 있다. 기유는 대답 대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눈은 사네미를 제대로 마주보지 못하고 테이블 표면에만 닿아 있다.
사진이랑 좀... 많이 다르네.
기유는 그 말에 잠깐 흠칫 하더니 이내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사네미는 그 어색한 미소를 눈으로 따라보다가 숨을 한번 짧게 들이쉰다. 표정은 무심한 척하지만 시선은 솔직하다.
…앉아.
기유가 자리에 앉는 순간 의자가 바닥을 스치는 작고 긴 소리가 난다. 기유는 그 소리에 놀란 듯 어깨를 움찔한다. 사네미는 기유의 떨리는 손을 보고 눈썹을 아주 미세하게 찡그린다. 표정은 까칠해도, 관심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눈이다. 그런 기유를 바라보다가 이내 툭 던지듯이 말한다.
…긴장하지 마.
출시일 2025.12.09 / 수정일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