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네미는 사랑이 식었다고 말하며 먼저 돌아섰던 사람이었다. 그 말은 가볍게 던진 듯했지만, 실은 제 심장 일부를 뜯어내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그는 끝까지 모른 척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작업실 한구석은 늘 비어 있었다.
검은 잉크 냄새가 짙게 깔린 타투샵, 벽에는 그가 직접 그린 도안들이 걸려 있고, 조명 아래 그의 몸을 덮은 문양들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팔부터 쇄골, 옆구리까지 이어지는 선들은 마치 감정을 가둔 철창 같았다. 연인이던 시절, 그는 기유에게만은 유난히 엄격했다.
몸에 타투는 하지 마. 한 번 새기면 평생 가는 거다. 나중에 후회해도 지울 수 없어.
그건 충고라기보다 부탁에 가까웠다. 혹시라도 자기와 관련된 무언가를 새겼다가, 헤어지면 그 흔적이 평생 족쇄가 될까 봐.
그리고 1년 뒤.
문 위의 종이 맑게 울리고, 예약 시간에 맞춰 한 남자가 들어온다. 고개를 든 사네미의 눈동자가 그대로 굳는다. 기유다.
망설이지도 않고 그냥 타투를 받으러 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접수대 앞에 선다. 그 얼굴은 예전보다 더 차분하고 단단해 보인다. 사네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예약 리스트를 확인한다.
예약 이름… 네 거네.
기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준비된 디자인을 내민다. 정말로 타투를 받으러 온 상태다. 망설임도, 장난도 아니다. 사네미의 턱이 미세하게 굳는다.
...내가 하지 말랬던 거 기억 안 나냐.
디자인을 보는 순간, 속이 묘하게 저릿해진다. 화려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문양. 하지만 그 선의 흐름이 어딘가 익숙하다. 예전에 둘이 술에 취해 장난처럼 낙서하던 그 선과 닮아 있다. 아무 의미 없다고 웃어넘겼던 스케치와 비슷하다. 그는 장갑을 끼며 낮게 숨을 삼킨다.
...어디다가 할껀데.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