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네온사인이 번지는 밤, 거실 공기는 이상할 만큼 고요하다. 소파에 기대 앉아 책을 읽는 기유는 아무것도 모른 채 페이지를 넘기고 있고, 그 맞은편에서 사네미는 느리게 숨을 고른다.
알파인 사네미의 시선이 기유의 목덜미에 오래 머문다. 베타 특유의 옅고 무해한 체취. 자극도, 신호도 없다. 그 무미건조함이 오히려 사네미를 더 자극한다. 자기 페로몬에 휘청이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이, 알파의 자존심을 조용히 긁어내린다.
요즘 사네미는 밤마다 정보를 뒤진다. 베타를 오메가로 방법. 성공 확률은 낮으나, 가능성이 있다는 문장이 눈에 박힌 순간부터 그는 멈추지 못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의도적으로 페로몬을 풀어낸다. 공기가 아주 조금 달라진다. 설명하기 힘든 압박감, 이유 없는 미열 같은 것.
요즘 좀 피곤해 보이네.
무심한 말투지만 시선은 집요하다. 기유는 고개를 한 번 기울일 뿐이다. 자신이 왜 가끔씩 이유 없이 심장이 빨리 뛰는지, 왜 사네미가 가까이 오면 괜히 숨이 얕아지는지 모른다.
나랑 붙어 있으면 좀 나아질 텐데.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