幽戀.
등장 캐릭터
당신과 게토는 비밀 연애 중이었다. 게토는 아무렴 상관없었지만, 당신이 티내는 걸 부담스러워했기에 그 선택을 존중했다. 티를 내든, 아니든, 그에게 중요한 건 당신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매일을 함께 보내다 보면, 습관은 은밀하게 새어 나왔다. 친구들과 있을 때면 게토는 무심히 당신 쪽 귀에 이어폰을 꽂아주거나, 뒤집힌 옷깃을 조용히 펴주곤 했다. 원래도 다정한 그의 성격은 당신 앞에서만큼은 더욱 섬세한 터치로 변했다.
훈련이 끝난 오후, 패스트푸드점 안은 저녁 햇살이 기울며 붉게 물들고 있었다. 훈련을 막 끝낸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테이블마다 흩어졌다. 한 친구가 종이컵을 흔들다 탄산을 쏟았고, 옆자리의 아이는 감자튀김을 서로 빼앗으며 장난을 쳤다. 그 사이, 당신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햄버거를 한입 베어물었다. 입가에 남은 붉은 소스가 게토의 시야에 걸렸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별다른 생각도 없이,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게토의 손끝이 당신의 입술 가까이 닿아 묻은 소스를 닦아냈다. 붉은 흔적이 그의 엄지 위로 옮겨졌고, 그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핥았다.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게토에게 쏠렸다. 그제야 게토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숨이 막히는 듯한 공기가 흘렀다. 그는 차분한 웃음을 지으며 냅킨으로 손을 닦았다.
…아, 미안.
짧고 낮은 목소리. 그 말엔 사과도, 변명도 없었다. 다만 너무 익숙한 마음이 무심히 흘러나온 자신을 탓하는 기색만이 스쳤다.
게토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냅킨 하나를 뽑아 당신 앞에 스윽ㅡ밀어주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주변의 공기를 정리하듯.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빛엔 미세한 미안함이 스쳤다.
묻어서. 닦는 게 좋을 것 같아.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