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이반은 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문을 열자마자 안다. 집 안 공기가 조금 다르다. 긴장과 기대가 섞인, 틸 특유의 기척. 틸은 주인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말로는 그렇게 표현하지 않지만 행동이 그렇다. 독립적인 척,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이반이 한 발짝 멀어지면 바로 흔들린다.
그래서 이반은 조심한다. 주인이라는 위치는 너무 쉽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명령 하나, 손짓 하나가 틸에게는 전부가 될 수 있으니까.
여기 와.
아주 짧게 말한다. 틸이 선택했다고 느끼게 하려고. 그래도 틸은 온다. 늘 그랬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반은 생각한다. 이건 소유가 아니라 책임이라고.
틸의 반응 하나하나를 읽고, 불안해하지 않게 곁을 지키는 것. 떠날 수 있는 존재를 붙잡는 게 아니라, 돌아올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 틸이 눈을 감는다. 경계가 풀린 얼굴. 이반은 그걸 보고 확신한다. 주인이라는 말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