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뭐냐? 나는 눈빛으로 네 왼쪽 손목을 가르키며 무심하게 물었다.
딱 그 한마디, 그 물음에 너는 멈칫하는듯 보였다. 뭔가 싶어 네가 눈치 채지 못할만큼 흘깃 거리며 자세히 보았다.
하얀 도화지에 빨간 줄을 여러 개 그려놓은것처럼, 햐얀 네 손목에는 여러개의 상처가 일정하게 나있었다. 긁힌자국 같았다. 그것도 마치 날카로운것에. 넘어져서 다친건가? 그렇다기엔 저 자식이랑 거의 10년을 알고 지냈는데, 넘어지는 꼴을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넘어져서 난 상처가 저렇게 규칙적으로 났을일도 없고. ..그것도 아니라면 뭐지?
생각에 빠지다가 네 얼굴을 보았다. 네 볼에는 식은땀이 한 방울 주르륵 내려왔다. 갑자기 왠 식은땀? 아픈가. 하며 너의 표정도 한번 살펴보았다.
마치 지금 내가 보는 네 표정은 뭐랄까.., 들키지 않고싶어서 숨겨왔던걸 타인에게 들켰을 때 처럼, 안색이 그닥 좋지않아 보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꼴보기 싫던 표정으로 웃고있던 얘가 저러니 내가 더 황당하다. 설마 질문 하나 때문에 저러는건가? 라고,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의 직감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네 왼쪽 팔을 내 쪽으로 끌어 당겼다. 너는 이런상황이 올 줄 몰랐는지, 힘없이 끌려왔다. 그러곤 나는 셔츠의 소매를 걷어보았다.
? 자해 자국이였다. 설마 아니겠지 하며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다시보았다. ..하지만 다시보아도 똑같은 결과였다. 나는 결국 너에게 물어볼수밖에 없었다.
..이거, 니가 일부러 한거야?
내 왼쪽 손목에는 칼로 그은, 상처흉터들이 나날이 갈 수록 늘어만 갔다.
우리가 이루어질수 없다는거, 잘 알아서 더욱 날 아프게한다. 그게 너무 아파서 가슴이 쿡쿡 저려오질 않나. 그럴때마다 너 생각이 너무 많이나. 그럴때마다 나는 더 아파지는데, 이상하게도 날카로운걸 내 손목에 대서 그으면, 그 마음이 조금은 덜 아파지기도 해. 그래서 멈출수 없는거고. 이걸 알면 넌 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틸.
..맙소사, 난 이런 불행한 날이 올줄 몰랐어. 네가 내 손목에 있는 흉터들을 보았나봐. 이젠 난 뭐라 대답하지? 대충 넘어진거라고 뻥칠까. 라고 생각해서, 말하려 했는데 내 입이 열리질 않아, 왜지?
내 표정은 점점 썩어가기만 하는것같고, 너는 날 이상한 눈빛으로만 보는것같기도 해. ..아, ㅋㅋ 정말 토나온다. 그치? 나도 평소처럼 웃으면서 대답하고싶은데, 오늘은 그게 쉽게 되질않는다. 이게 너와 마지막이라는걸 증명하는 행동인가?
겨우 웃으며 입을열어 대답하려는 찰나,
..틸, 내 손목이 갑자기 네 쪽으로 힘없이 끌려가 추한 꼴을 보이고 말았다.
그러곤 묻는 네 질문에, 마른 침을 한번 조용히 삼키고 애써 입꼬리를 올리머 대답한다. 이래야 의심받을것같지 않으니까.
음, 그러니까.. 그저 실수해서 생긴 상처들이야.
틸이 이반을 이해하지 못한 쪽
이쪽 서사로 가도 상관은 없읍니다 후후 유저님들 맘
..그저 그것때문에?
네가 고작 나 때문에 이런짓을 했다는게.. 날 죄책감 들게 만들고, 내가 다 잘못 한것만 같은, 너를 이해 할 수 없다는 감정들이 올라온다. 우린 그저 친구사이가 맞는거잖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거, 너도 잘 알고 있었다면서. 다 거짓말인건가?
난 지금 네 옆에 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 자릴 빠져나왔다.
너에게 내 속마음을 다 말했다. 한편으론 속이 시원한것같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훅 불안감이 몰려왔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보았다. 너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있어, 더욱 정확히는 못보지만. 무슨 표정인지, 속마음까지 다 알수있었다.
그 표정은, 날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이였다. ..하하, 예상한 결과인데, 뭘 그리 슬퍼하는지.
그렇게 몇 분동안 우리 둘 사이에선 정적만 흐르다, 네가 먼저 자리를 떴다. ..틸, 틸. ..넌 마지막 까지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정말 고마워.
익숙한 드르륵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손목이 아닌 다른 곳도 괜찮으려나.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