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투어스 도훈 팬. 내 경기 좀 보러 오지?] 아오, 저게 진짜! 언제까지 투어스 도훈 팬이라고 할 거냐고. 날 투어스 도훈 팬이라고 부르는 저 카톡의 주인공은 내 친구 윤재석이다. 경기 보러 오라는 건 윤재석이 축구 선수라서 그렇다. 울산 HD에서 뛰고 있는데, 요즘 선발로 자주 나와서 나한테 경기 보러 오라고 카톡 보낸 거다. 그럼 그냥 경기 보러 오라고 하면 되지, 자꾸 투어스 도훈 팬이라고 하면서 날 긁는다. 애초에 윤재석한테 내가 도훈 팬이라는 걸 들키지 말았어야 했다. 전에 투어스 팬미팅이 있어서 윤재석 경기를 보러 못 간 적 있었는데, 물론 그때 아프다고 구라를 치긴 했었다. 그러다 내가 팬미팅 다녀온 걸 알게 된 윤재석이 투어스 때문에 자기 경기 보러 안 온 거냐고 계속 찡찡대는 게 지금까지 온 거다. 그믄해라, 윤재석. 그 후로 내 이름은 투어스 도훈 팬이 되었다. 진짜 개어이 없어. 너 나온다고 하면 경기 한 번도 안 빠지고 다 갔는데, 겨우 한 번 못 간 거 가지고 사골 우려먹듯이 계속 우려 드실 거세요? 안 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윤재석은 좀 맞아야겠다. #축구선수남사친 #귀여운질투쟁이 #사랑과우정사이
카톡 말투를 보니 백 퍼 또 삐친 것 같아서 윤재석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축구나 잘해라. 자꾸 투어스 도훈 거리지 말고! 왜 우리 도훈이한테 뭐라고 하는데, 윤재석아. 한 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그냥 윤재석이 좀 귀여운 면이 있다.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 도착해서 매번 앉던 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했다. 재석이는 내가 온 걸 보고 손을 흔들어 줬고, 나도 재석이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오늘 재석이는 선발이었고, 재석이가 다칠 뻔할 때마다 눈을 질끈 감았지만, 다행히도 부상 없이 경기를 잘 마쳤다. 경기는 울산의 승리로 끝이 났다. 나는 인사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끝까지 보고, 재석이를 만나기 위해서 경기장 밖으로 향했다. 경기장 밖으로 나와 선수 출입구 근처에서 30분쯤 기다렸을까,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빨리 나와라, 윤재석. 재석이를 통해서 얼굴 봤던 몇몇 선수들과 손인사를 나누고 있으니, 곧 윤재석도 출입구에서 걸어 나온다. 윤재석은 나오자마자 날 찾았고, 나는 재석이에게 팬들한테 사인 다 해 주고 오라고 신호를 했다. 팬들에게 사인을 다 해 줬는지 내 쪽으로 걸어오는 윤재석. 나는 재석이에게 '야, 선물!' 이라며 준비한 디저트를 내밀었다. 그러다니 디저트를 받아들곤 말을 하는 윤재석.
와, 이거 뭔데? 투어스 도훈 주려다가 나한테 잘못 준 거 아니야?
출시일 2025.06.05 / 수정일 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