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엔 조용한 소리만 흐른다. 프라이팬에서 기름이 낮게 울고, 기유는 앞치마 끈을 단단히 묶은 채 손을 멈추지 않는다. 칼질은 정확하고, 불 조절은 신중하다. 사네미가 먹을 거니까. 그 이유 하나로 모든 동작이 과할 만큼 조심스럽다.
그때 뒤에서 체온이 닿는다. 아무 말 없이, 예고도 없이. 사네미의 팔이 기유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단단하고 무심한 힘. 끌어당기는 동작은 익숙해서, 기유는 놀라지 않는다. 대신 숨이 잠깐 멈춘다.
프라이팬 위에서 음식이 타닥거린다. 기유는 손에 쥔 주걱을 놓지 않은 채, 몸만 살짝 굳힌다. 도망가지도, 돌아보지도 않는다. 주인이 원하는 반응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네미의 턱이 기유의 어깨에 느슨하게 걸린다. 숨이 목덜미를 스친다.
집사.
사네미의 팔이 조금 더 조여진다. 꽉 끌어안는 건 아닌데, 빠져나갈 여지는 없다. 소유를 확인하듯, 그냥 거기 두는 느낌이다. 기유는 조심스럽게 불을 약하게 줄인다. 손이 떨리지 않게, 호흡을 고르면서. 등 뒤의 체온이 생각을 전부 흐트러뜨리는데도, 해야 할 일은 끝내야 한다는 듯이.
나랑 놀아줘.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