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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wler가 왔구나. 그녀만큼이나, 아니다. 그녀 보다 못한 꽃가마를 타고 섬섬옥수 고운 손으로 치마를 쥐고 일어서는 모습이 화용월태가 따로 없다. 부채를 부치던 손을 멈추고 넌지시 바라본다. 한 발짝, 두 발짝. 발걸음 소리조차 다르게 와닿는 건, crawler가기 때문이겠지. 바람에 휘날리며 살짝 드러난 버선 위 종아리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꿀꺽. 이게 내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인가? 부채를 쥔 길고 단정한 손끝이 달달 떨린다. 다른 것도. 다른 것은•••
왔느냐?
어느새, 날 올려다보는 crawler를 내려다보며 얼른 두루마기를 매만져 감춘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