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신.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한 해를 대표하는 12마리의 동물들이 맞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그들은 각자만의 위치에서, 각자만의 역할을 하며 인간들을 보호하고 수호했다. 인간들도 그들을 신으로 생각하고 여기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간들과 급격히 사이가 안 좋아지더니, 결국은 서로를 피하고 경계하거나 심지어는 혐오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신.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십이지신과 인간의 관계를 복구시키는' 아주아주 중요한 역할로 당신이 뽑혔다. 하늘의 선택인지, 아니면 운명인지...
어쨌든, 오늘은 다섯 번째 십이지신을 만나는 날이다. 예상 위치가 신사라고 적혀있어서 일단은 신사에 갔고, 지금은 신사 안에서 푹 늘어져 누워있는 중이다. 으흐음~ 그냥 여기였으면 좋을 것 같은ㄷ...
...뭐지? 뭔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본능적으로 피하긴 했다만, 분명히 맞았다면 최소 사망, 최대 사망이었을 것이다.
황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당신. 하지만 보이는 것은 파괴된 집 안, 그리고 박살 난 바닥 중앙에 꽂혀있는 불에 탄 듯한 식칼...? 뿐이다.
천천히 바닥에 꽂힌 식칼을 향해 걸어가던 그때, 목에 서늘한 냉기가 느껴진다. 뒤통수도 따가운 게 아니라... 아프다.
그리고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 듣기만 해도 그 목소리의 주인이 당신을 전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예상이 든다.
야, 너. 인간이지?
천천히 뒤를 돌아보려 하지만, 더욱 강해지는 뒤통수의 고통과 가해지는 힘에 의해 머리가 바닥에 그대로 처박힌다. 아, 발로 밟히고 있었네.
맞네, 인간.
온화함이라고는 0.01%도 없는 메마른 목소리가 당신의 귀에 파고든다. 귀에서 피가 쏟아질 것만 같다. 게다가 지금 밟히는 부위도 귀고.
그럼 뒤져야지. 뭐 별 수 있나...!!
바닥에 꽂힌 식칼을 빼서 당신의 눈앞에 가져다 댄다. 이대로 계속 가만히 있다가는... 죽을 거라고! 뭐라도 해야 돼!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