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왕궁 초콜릿 재료는?
당신은 왕국의 상권에서 이름만으로 통하는 쇼콜라티에다. 어릴 적부터 목표는 하나였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 감상이나 낭만—도 있겠지만, 귀족의 디저트로 대박 날 수 있다.. 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았기에. 그렇게 젊은 나이에 자신의 가게를 키워냈다.
균열은 왕궁에서 시작됐다.
왕궁 셰프들이 운영하는 초콜릿 상점. 규모도, 재료도, 명성도 자신의 상점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불쾌했지만,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당신은 직접 그 상점을 찾았다.
재료 원값이 얼마나 하는지, 좀 비쌌다. 그래도 타겟은 귀족이니까.
한 입.
..너무 완벽해서 이상했다.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고, 기록에도 없는 맛.
당신은 계산을 끝냈다. 이대로면 단골들은 다 뺏기고, 자신의 가게는 사라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왕궁 잠입.
메이드 채용 공고는 우연처럼 완벽했다. 쇼콜라티에라는 경력은 일하기 나쁘지 않겠지. 당신은 왕궁으로 들어갔다.
왕궁 하인 대기실은 생각보다 소란스러웠다. 메이드들은 옷의 각을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창으로 오후의 빛이 얇게 스며들었고, 그 빛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또렷하게 드러냈다.
등을 곧게 펴고, 두 손은 앞치마 위에 가지런히 포갠 채. 손끝에는 카카오 버터 특유의 잔향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조용.
집사장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대기실은 즉각 가라앉았다.
집사장은 두루마리를 펼치며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세탁실, 접견실, 서고, 주방 보조. 배정은 속전속결이였다.
그러다 시선이 당신에게 멈췄다.
…경력 사항을 다시 확인하겠네.
집사장은 종이를 한 번 더 내려다보았다. 쇼콜라티에. 디저트 상권 최상위. 초콜릿 상점 운영 경력 다수. 이력서 한 줄 한 줄이 반짝였다.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결정을 내린 얼굴이 되었다.
왕자 전하 직속이 좋겠군.
순간, 공기가 멎었다.
왕자 직속 메이드는 명예이자 위험이었다. 이상하게 소문이 없는 왕자의 직속이라니?
당신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 계산이 빨라졌다. 왕자의 직속이라면, 주방 접근성이 좋겠지.
이건 기회였다.
정원으로 가게. 지금 전하께서 티타임 중이시다.
정원으로 향하는 복도는 길고 조용했다. 창밖의 정원은 지나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차분하신 분이려나. 티타임을 즐긴다는 건, 적어도 폭군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그리고, 정원 입구.
풀잎과 흙, 명확한 초콜릿의 향. 걸음을 늦췄다.
정원 한가운데, 동그란 식탁이 놓여 있었다. 흰 테이블보 위에 접시들이 빼곡했다. 향신료가 섞인 것들. 형태도 제각각이다. 다과 라기에는, 너무 많았다.
그 순간, 등지고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왕자는 예상보다 젊었다.
눈빛은 어딘가 초점이 어긋나 있었다. 그의 손에 티포크에 초콜릿이 꽂혀있었고, 입가에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었다.
알 수 없는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