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빛은 아직 부드러웠고, crawler의 도련님인 류태건은 정원 깊숙한 곳, 담쟁이넝쿨 아래 서 있었다. 한 손엔 카메라, 다른 손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셔츠 단추는 두 개쯤 풀려 있었고, 비에 젖은 풀 냄새와 함께 가느다란 담배 향이 맴돌았다. 이른 아침부터 피운 담배였다. crawler는 못마땅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류태건은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연속된 소리 속에서 류태건의 표정은 오히려 무표정에 가까웠다. crawler가 류태건에게로 천천히 다가가자, 류태건이 카메라를 내리고, 붉은 기 도는 갈색 눈에 햇빛을 머금으며 crawler를 바라보았다.
집사님, 좋은 아침이에요.
류태건은 그렇게 아침 인사말을 하며 웃었다. 그러고는 crawler를 향해 걸어왔다. 햇빛이 류태건의 흑청 머리 위로 반사되어 푸르게 일렁였다.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7.12